

리더경제 【글로벌 정책 브리핑 3부】
미국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 한국 산업도 영향권…배터리·반도체·자동차 ‘조달 전략’ 중요해진다
미국, 채굴·가공·제조까지 공급망 내재화…핵심광물 경제안보 전략 강화
한국 배터리·반도체·자동차 기업, 광물 원산지·가공지역 관리 중요성 확대
미국 중심 공급망 재편은 부담이자 기회…한미 핵심광물 협력 향방 주목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미국의 핵심광물 정책이 단순한 광산 개발을 넘어 첨단 제조업과 통상, 국방을 아우르는 경제안보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희토류와 흑연, 스칸듐, 붕소, 배터리 소재 등 전략광물의 생산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공·정제·소재·제조까지 공급망 전반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한국의 배터리·반도체·자동차 산업에도 새로운 대응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백악관이 8월 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광업 및 관련 프로젝트에 20억달러 이상, 광업 전문인력 육성에 1억8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 정책의 파급력은 투자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미국이 핵심광물을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규정하고 자원 확보부터 첨단소재 생산까지 공급망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국 핵심광물 정책, ‘자원 확보’ 넘어 산업전략으로
핵심광물은 더 이상 광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기차와 배터리, 반도체, 스마트폰, 항공우주, 드론, 첨단무기 등 미래 산업 대부분이 다양한 전략광물에 의존하고 있다.
특정 국가나 지역에서 채굴·정제·가공 비중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지정학적 갈등이나 수출 규제, 물류 차질이 발생했을 때 최종 제조업까지 생산 차질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이 이번 투자에서 광산뿐 아니라 실리콘-탄소 배터리 소재와 리튬이온 배터리 셀,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영구자석, 스칸듐 기반 합금 등 소재·제조 단계에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책의 목표가 광물을 확보하는 것에서 공급망 전반을 통제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만드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이후 광물 계약 약 400억달러…정책 지속성 주목
백악관은 2025년 1월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총 160건, 약 400억달러 규모의 광물 관련 계약을 체결하거나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20억달러 이상의 신규 투자도 일회성 정책이라기보다 그동안 추진해 온 핵심광물 전략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3월 미국 내 광물 생산 확대와 허가 절차 간소화를 위한 행정명령을 발표한 데 이어 4월에는 해외 핵심광물·자원 확보와 관련한 행정조치를 추진했다.
2026년 1월에는 가공된 핵심광물 및 파생제품 수입과 국가안보 문제를 다루는 조치가 이어졌으며, 7월에는 국방 공급망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내 공급 확보를 강조했다.
핵심광물 정책이 광업정책에서 통상·국방·산업정책으로 점차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관세법 232조까지 연결…광물이 통상정책 핵심으로
핵심광물은 미국의 통상정책과도 빠르게 결합하고 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에 중요한 국내 제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법 232조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상에는 철강과 알루미늄, 구리뿐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핵심광물, 의약품 등이 포함돼 있다.
관세와 투자, 행정명령, 국방정책이 하나의 공급망 전략으로 연결될 경우 기업에는 단순한 가격 경쟁력 외에 원산지와 생산지역, 가공 경로가 더욱 중요한 경영 변수가 된다.
어떤 국가에서 광물을 채굴했고 어느 국가에서 정제·가공했는지가 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성과 연결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배터리 산업, ‘흑연 조달’ 중요성 더 커진다
한국 산업 가운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 중 하나는 배터리다.
미국은 이번 발표에서 앨라배마주의 쿠사 흑연 광산 개발에 2500만달러를 투입하고 실라 나노테크놀로지스에 14억달러를 투자해 실리콘-탄소 배터리 소재 생산과 리튬이온 배터리 셀 제조 역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배터리 핵심 소재의 공급망을 미국 내 또는 미국이 관리할 수 있는 공급망으로 이동시키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한국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뿐 아니라 원료의 생산국과 가공국, 장기 공급계약의 안정성까지 함께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광물 조달 전략이 생산 경쟁력과 직결되는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도 예외 아니다…붕소 등 소재 공급망 관리
이번 정책은 반도체 산업과도 연결된다.
백악관은 5E Advanced Materials의 붕소 매장지 개발에 8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붕소는 영구자석과 반도체, 유리 등에 활용되는 소재다.
반도체 산업은 소재와 장비, 부품의 글로벌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산업이다.
따라서 미국이 첨단 제조에 필요한 전략소재의 국내 생산과 공급망 다변화를 지속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 역시 핵심 소재의 조달 구조를 장기적인 경제안보 관점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전기차도 ‘광물 공급망’ 경쟁
자동차 산업 역시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기차에는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훨씬 다양한 배터리·자석 소재가 필요하다.
전기모터에 사용되는 영구자석과 배터리에 필요한 흑연 등은 미래 자동차 산업의 주요 전략소재다.
미국이 니론 마그네틱스에 1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희토류가 필요 없는 영구자석 생산 역량을 확대하려는 것도 자원 확보와 기술 대체를 동시에 추진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향후 대체소재 기술이 상용화되면 광물을 둘러싼 산업 경쟁 구도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은 한국 기업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내 모든 핵심광물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로 이번 발표에서도 미국 개발금융공사(DFC)는 마다가스카르 희토류 광산 개발을 지원하는 등 해외 공급망을 병행하고 있다.
또 백악관은 2025년 미국이 일본·호주 등과 핵심광물과 희토류의 채굴·가공 공급망 확보를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를 추진했다고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공급망 전략이 완전한 자급자족보다 자국 생산 확대와 우방국 중심 공급망 구축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배터리와 반도체, 자동차, 첨단소재 분야에서 높은 제조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할 여지가 있다.
한미 핵심광물 협력, 다음 산업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
향후 중요한 변수는 한미 간 핵심광물 협력의 범위다.
한국은 광물 자체의 부존자원이 풍부한 국가는 아니지만 배터리·반도체·자동차 등 광물을 첨단제품으로 전환하는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광물 생산국과 미국, 한국의 제조기업을 연결하는 다국적 공급망 구조에서 한국의 역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광물을 중심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고 장기 구매계약, 해외 광산 투자, 정제·가공 기술 확보 등을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자원외교와 산업정책, 통상정책을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 하나의 공급망 전략으로 연결하는 시각이 중요해지고 있다.
가격보다 중요한 ‘공급망 안정성’
기업이 핵심광물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는 가격과 품질, 물류비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면 앞으로는 지정학적 위험과 수출통제 가능성, 원산지 규정, 생산국과 미국의 관계까지 함께 고려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저렴한 원료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거나 통상 규제 대상이 될 경우 오히려 기업의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가장 저렴한 공급망보다 가장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광물→소재→제품’ 전체 가치사슬 경쟁으로
미국의 이번 핵심광물 투자가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공급망 경쟁의 범위다.
광산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경제안보를 완성할 수 없다.
채굴한 광물을 정제하고 소재로 만들어 배터리·반도체·자동차·항공우주·국방 제품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전체 가치사슬이 필요하다.
미국은 광산 개발과 소재 생산, 제조시설, 전문인력 육성을 동시에 지원하면서 이 가치사슬을 자국 및 우호 공급망 중심으로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한국 역시 핵심광물을 단순한 원자재 문제로만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다.
앞으로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광물이 얼마나 많은가’보다 ‘광물에서 첨단제품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했는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핵심광물 전략 강화는 한국에 새로운 공급망 규칙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을 주는 동시에 첨단 제조 역량을 활용해 미국과의 산업협력을 확대할 기회도 열고 있다.
향후 미국의 투자 집행과 핵심광물 관련 통상정책, 우방국 협력 범위가 한국 배터리·반도체·자동차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자료출처 : 미국 백악관(The White House)
자료보도시점 : 2026년 8월 7일
자료명 : Fact Sheet: President Donald J. Trump Announces Billions in New Deals and Investments to Power American Mi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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