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더경제【정책브리핑 1부】 보이스피싱 대응 ‘은행권 넘어 전 금융권으로’…금융·통신·수사정보 ASAP에 모인다
금융위, 8월 4일부터 개정 통신사기피해환급법·시행령 시행…보이스피싱 정보공유 법적 기반 강화
증권·보험·카드·전자금융·가상자산거래소까지 정보공유 대상 확대…기관 간 칸막이 해소
전화번호·의심계좌·거래내역 등 결합 분석…사후 피해구제에서 ‘선제적 범죄 차단’으로 무게중심 이동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보이스피싱 대응 체계가 ‘피해 발생 후 계좌를 지급정지하는 방식’에서 금융·통신·수사정보를 기관 간 신속하게 공유하고 범죄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예방 중심 체계로 한 단계 전환된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8월 4일부터 개정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과 시행령이 시행됨에 따라,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금융·통신·수사정보를 정보공유분석기관에 집중하고 관계기관이 이를 범죄 예방과 수사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본격 가동된다고 밝혔다.
핵심은 금융권 내부에 머물던 의심정보를 통신·수사정보와 연결하는 데 있다. 특히 기존 은행권 정보를 중심으로 운영돼 온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 ‘ASAP’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금융회사와 통신사, 수사기관 등이 각자 보유해 온 정보를 결합해 범죄를 보다 신속하게 탐지·차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은행권 중심 ASAP, 법적 기반 갖추고 전 금융권으로 확대
ASAP은 ‘AI-based anti-phishing Sharing & Analysis Platform’의 약자로, 보이스피싱 관련 정보를 공유·분석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ASAP은 2025년 10월부터 은행권 정보를 바탕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정보공유에 관한 명시적인 법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주요 참여기관이 금융기관으로 제한되는 등 관계기관이 보유한 정보를 폭넓게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보이스피싱 근절 종합대책의 후속 과제로 ASAP의 법적 기반 마련을 추진했다. 그 결과 금융·통신·수사기관의 의심정보 공유 근거 등을 담은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2026년 1월 15일 국회를 통과했고, 관련 시행령과 함께 8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제도 개편의 의미는 단순히 정보량이 늘어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금융기관에 존재하는 의심계좌 정보와 통신사가 보유한 전화 관련 정보, 수사기관이 확보한 범죄 관련 정보를 연결해 하나의 범죄 흐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증권·보험·카드·가상자산거래소까지…정보공유 범위 넓어진다
정보공유에 참여할 수 있는 기관도 대폭 확대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보공유 대상기관에는 금융회사와 전기통신사업자, 수사기관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금융정보분석원, 전자금융업자(선불업자), 가상자산거래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보이스피싱 의심거래가 은행계좌에서만 포착된다는 기존 전제에서 벗어나 증권·보험·카드·전자금융·가상자산 등으로 복잡해진 금융거래 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범정부 정보공유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통신과 금융을 결합하고 여러 계좌와 거래수단을 거쳐 자금을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정 금융회사나 업권이 단독으로 범죄 전체 구조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번 개정은 이러한 ‘정보의 단절’을 줄이는 데 정책적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화번호부터 의심계좌·거래내역까지…흩어진 범죄 단서 연결
ASAP을 통해 공유되는 정보의 범위도 구체화됐다.
금융위원회가 밝힌 주요 공유정보에는 피해발생계좌, 사기이용계좌, 사기 관련 의심계좌의 계좌번호·거래내역·명의인 정보,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전화번호 및 이용자 관련 정보, 보이스피싱 목적으로 사용된 악성 앱 탐지정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피해 의심거래 탐지정보 등이 포함된다.
이 대목은 보이스피싱 대응 정책의 실효성을 좌우할 핵심 요소다.
예컨대 하나의 의심 전화번호가 여러 피해 신고와 연결되고, 특정 계좌로 반복적으로 자금이 유입되거나 범죄에 사용된 악성 앱 정보까지 결합된다면 개별 정보만 분석했을 때보다 범죄 연관성을 빠르게 찾아낼 가능성이 커진다.
개정법은 의심정보를 단순히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 기관이 제공한 정보와 정보공유분석기관의 분석정보를 활용해 범죄 이용 전화번호의 긴급차단과 범죄수사 등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정책의 핵심은 ‘정보 수집’ 자체가 아니라 수집된 정보를 얼마나 빠르게 분석하고 실제 범죄 차단 조치로 연결하느냐에 있다.
개인 동의 없이 정보 공유 가능…대신 개인정보 보호장치도 강화
정보공유가 확대되는 만큼 개인정보 보호 문제도 중요한 정책 과제로 떠오른다.
이번 제도에서는 신속한 보이스피싱 대응을 위해 정보주체의 개별 동의 없이도 일정 범위의 정보를 정보공유분석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범죄 대응 속도를 높이는 데 필요한 조치지만, 금융·통신정보는 개인의 민감한 생활정보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보 오·남용 방지 장치가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금융실명법과 신용정보법 등 관련 법률상 정보제공 제한 규정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명시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정보의 보관기간과 폐기, 사적 이용 금지 등 통제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정책 성패는 정보공유의 양을 늘리는 것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정보 접근권한 관리와 이용기록 통제, 보관·폐기 절차 등 개인정보 보호 원칙이 현장에서 얼마나 엄격하게 지켜지는지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금융보안원, 정보공유분석기관 지정…AI 기반 분석 고도화
제도의 실질적인 운영을 담당할 정보공유분석기관으로는 금융보안원이 지정됐다.
금융위원회는 개정법 시행을 위해 정보공유분석기관 사전신청서를 접수하고 지정요건을 심사한 뒤 8월 4일 금융보안원을 정보공유분석기관으로 지정했다.
금융보안원은 기존 ASAP 운영 경험과 금융 분야 보안 전문성을 바탕으로 보이스피싱 의심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는 향후 AI 기술을 접목한 패턴 분석 등 ASAP의 고도화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AI 분석의 확대는 탐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오탐 가능성에 대한 관리도 요구한다.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의심거래로 분류되지 않도록 분석모델의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검증하고, 실제 차단·수사 단계에서는 충분한 확인 절차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에게 무엇이 달라지나…‘당한 뒤 구제’보다 ‘당하기 전 차단’
이번 정책 변화가 국민에게 갖는 가장 직접적인 의미는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것보다 범죄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차단할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기존에는 한 기관이 의심스러운 정황을 발견해도 다른 기관의 관련 정보를 즉시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앞으로는 금융·통신·수사기관의 정보를 연계 분석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범죄에 이용되는 계좌나 전화번호 등을 보다 신속하게 특정하는 방향으로 대응체계가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제2금융권도 은행과 동일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통신·수사정보도 ASAP에 공유될 경우, 업권을 옮겨가며 범죄자금을 이동시키는 수법에 대한 대응력도 높아질 수 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자체가 곧 보이스피싱 범죄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성과는 기관 간 정보전달 속도, 데이터 정확성, 분석 역량, 현장 차단까지 걸리는 시간, 개인정보 보호체계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달려 있다.
리더경제 분석|보이스피싱 대응의 핵심, ‘정보의 양’에서 ‘연결 속도’로
이번 제도 개편에서 주목해야 할 변화는 정부가 보이스피싱 대응의 중심을 개별 금융회사의 사후조치에서 기관 간 실시간에 가까운 정보연계와 선제적 예방으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보이스피싱은 금융범죄이면서 동시에 통신범죄의 성격을 갖는다. 전화·문자·악성 앱으로 피해자를 속인 뒤 금융계좌와 전자금융수단을 이용해 자금을 탈취하고, 경우에 따라 여러 계좌와 금융수단을 거쳐 자금이 이동한다.
따라서 금융정보만으로는 범죄의 전체 흐름을 포착하기 어렵다.
금융·통신·수사정보를 하나의 분석체계에서 연결하는 ASAP 확대가 중요한 이유다.
향후 정책을 평가할 때도 단순히 ‘몇 개 기관이 참여했는가’보다 의심정보가 실제 범죄 차단으로 연결된 사례, 피해금 감소 효과, 의심계좌·전화번호 탐지 속도, 오탐률, 개인정보 침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 역시 제2금융권과 통신·수사정보의 ASAP 공유 확대와 운영상황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AI 기반 패턴분석 등 플랫폼 고도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보이스피싱과의 싸움이 결국 범죄자보다 얼마나 빨리 이상 징후를 찾아내느냐의 경쟁이라면, 이번 제도 개편은 정부가 ‘사후 피해구제’와 함께 ‘사전 범죄예방’의 비중을 본격적으로 높이는 전환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리더경제 윤수연 기자
자료 출처 및 보도시점
자료출처 :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 「보이스피싱 의심 금융·통신·수사정보, ‘ASAP’을 통해 본격적으로 공유됩니다」
배포 : 2026년 8월 4일 09:00
보도시점 : 2026년 8월 4일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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