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철학이 전시장 안에서 놀이와 명상, 음식과 예술로 변신한다. 경전을 통해 접하던 ‘공(空)’의 개념도 공을 뽑고 소원을 적고 직접 몸을 움직이는 체험으로 만날 수 있다.
‘2026부산국제불교박람회’가 지난 6일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개막했다. 오는 9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올해 박람회는 약 355개 부스 규모로 마련됐으며 주최 측은 약 7만 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색즉시공 공즉시색, 당신이 좋아하는 공(空)놀이’다. 불교의 핵심 사상 가운데 하나인 ‘공’을 어렵게 설명하는 대신 관람객이 보고 듣고 움직이며 경험하도록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에는 명상문화전과 명상공예전, 사찰음식전, 명상예술전 등이 마련됐다. 전통적인 불교문화에 현대적인 콘텐츠와 참여 방식을 접목하면서 종교 행사를 넘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축제로 영역을 넓혔다.
특히 올해는 ‘공’을 활용한 주제 체험을 강화했다.
‘공 뽑기’에서는 전용 코인으로 공을 뽑은 뒤 스님과의 문답을 담은 질문지와 행운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공 수거’에서는 관람객이 자신의 소원을 서원지에 적어 공 안에 넣은 뒤 행사장에 마련된 수거함에 봉안한다.
‘행운의 전당’도 마련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비롯해 배우 문소리, 가수 우원재, DJ SODA, 야구선수 이대호 등 종교·문화·스포츠계 인사들이 작성한 문구를 ‘행운공’에 담아 전시한다.
불교의 사성제도 관람객 참여 프로그램으로 바뀐다. 고(苦)·집(集)·멸(滅)·도(道)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사성제 스탬프 투어’다.
범어사와 정각사, 미타선원, 삼광사, 한마음선원, 복천사, 고심정사, 내원정사, 홍법사 등 부산지역 9개 사찰이 참여한다. 이 가운데 3곳 이상의 부스를 방문해 스탬프를 모으면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여러 사찰의 문화와 활동을 한 공간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놀이의 형식을 접목했다.
몸과 마음을 직접 움직이는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BBS 부산불교방송 특보단 스님들과 함께하는 ‘108배 절수행’이 행사 기간 매일 진행되며 싱잉볼 명상과 국악 퓨전 공연도 만날 수 있다.
사찰음식은 또 하나의 주요 콘텐츠다. 선재 스님과 대안 스님, 도림 스님이 사찰음식을 직접 시연한다. 선명상과 마음 건강을 주제로 한 법문과 강연, ‘스담스담 토크쇼’도 진행된다. 어린이·청소년 합창단의 공연까지 더해 세대별로 불교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이번 박람회가 주목하는 또 다른 방향은 ‘웰니스’다. 부산이 보유한 사찰과 전통불교문화, 선 수행 자원을 관광·전시 산업과 연결해 ‘국제 명상 웰니스 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콘텐츠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금정산이 올해 대한민국 제24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도 이러한 움직임과 맞물린다. 자연환경과 범어사를 비롯한 불교문화유산, 명상과 치유 콘텐츠를 결합할 수 있는 지역적 기반이 한층 넓어졌기 때문이다.
박람회 개막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불교신문 및 BBS부산불교방송 사장 원허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범어사 주지 정오 스님, 전국비구니회 회장 광용 스님을 비롯해 전재수 부산시장과 강무길 부산시의회 의장 등 교계와 지역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진우 스님은 부산국제불교박람회를 불교가 대중과 청년, 세계로 다가가는 미래지향적인 플랫폼이라고 평가하고 불교의 가르침을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 세대와 계층이 만나는 공간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허 스님도 지난 2년간 박람회가 시민과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는 문화축제로 성장했다며 올해를 국제 불교문화박람회로 도약하는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최근 불교문화는 사찰과 법당이라는 전통적인 공간을 벗어나 명상과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음악과 미술 등 다양한 형태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가 불교를 종교적 신앙뿐 아니라 휴식과 경험의 문화로 받아들이면서 관련 콘텐츠의 영역도 빠르게 넓어지는 모습이다.
서울과 대구에 이어 부산에서 펼쳐지는 이번 박람회 역시 이러한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1700년 역사의 불교문화를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늘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소비하고 경험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는 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