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 반쪽짜리 수분양자 보호로 끝날 수 있다

입주예정일 일방 변경 허용 구조를 방치하면 "3개월 지연 해약권"은 사문화된다

박휘영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

국토교통부가 건축물의 분양에 관한 법률(이하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생활형숙박시설 등 이른바 비아파트 건축물 수분양자의 계약 해약 요건을 명확히 하고 해약 사유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분양 관련 소송을 100건 넘게 다루어 온 실무자로서, 이번 개정안은 분명 의미 있는 진전이다. 그러나 핵심 허점 하나가 방치되면 개정안의 취지가 현장에서 무력화될 수 있다.

법무법인 휘명 박휘영 대표변호사

 

■ 개정안이 가져온 변화 

현행 시행령 제9조는 분양사업자가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에만 수분양자가 해약할 수 있다고 규정해 왔다. 그러다 보니 실무에서는 해약 요건 충족 여부를 놓고 분양사업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소송이 반복되는 일이 잦았다.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혼선을 없애고, 다음 네 가지 사유를 명문화하였다. 첫째, 중대 하자 또는 현저한 시공 차이로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 둘째, 준공예정일로부터 3개월을 초과하여 준공이 지연된 경우. 셋째, 이중분양으로 소유권이전등기 의무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넷째, 계약의 주요 사항을 위반하여 계약 목적 달성이 어려운 경우다. 

이 네 가지는 공정거래위원회 아파트 표준공급계약서에서 이미 실효성이 검증된 기준이다. 이를 건축물분양법 시행령에도 도입함으로써 비아파트 수분양자에게 동등한 법적 보호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다.

 

■ 그런데 "3개월"의 기산점은 누가 정하는가 

문제는 개정안의 핵심 조항인 "준공예정일로부터 3개월 초과 지연" 해약 사유에서 비롯된다. 3개월이라는 기준은 분명해 보이지만, 기산점이 되는 준공예정일(입주예정일)을 분양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되는가. 

현행 분양계약서에는 "공정에 따라 다소 변경될 경우 추후 개별 통보"와 같은 조항이 흔히 들어 있다. 분양사업자가 이 조항을 근거로 준공예정일을 계속 연장하면, 3개월 기산점 자체가 뒤로 밀린다. 수분양자가 수년을 기다려도 법적으로는 "아직 3개월이 경과하지 않았다"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개정안이 규정한 해약 사유가 사실상 사문화되는 구조다. 

 

■ 법원은 이미 답을 내놓았다 

이 문제에 대해 법원은 이미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등 다수의 하급심 판결은 일관되게 다음과 같이 판시한다. 

"입주예정일은 수분양자의 이사·자금·학교 등 생활계획의 핵심 기준이고, 해제권과 지체상금의 기준시점이다. 이를 사업자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다고 해석하면 관련 조항이 무의미해진다." 

나아가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2025가단52750)은 "추후 통보로 변경계약 체결을 갈음한다"는 계약 조항 자체가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 위반으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분양사업자에게 부당한 이득을 주고, 수분양자에게 부당한 수인의무를 지우며, 약정해제권을 형해화한다는 이유였다. 

또한 서울중앙지방법원(2025가단42725)은 설령 변경 자체가 허용되더라도 수분양자의 개별 동의 없이 이루어진 일방적 통보만으로는 기준일이 바뀌지 않는다고 보았다. 수분양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입주예정일을 자동 연장시키는 조항을 약관규제법 위반으로 무효로 본 판결도 다수 존재한다. 

법원이 개별 사건에서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법령에 명시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수분양자마다 소송을 통해 권리를 확인받아야 하는 현실을 보여준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해야 한다. 

 

■ 개정안이 채워야 할 세 가지 공백 

첫째, 입주예정일 일방 변경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거나, 변경하더라도 수분양자 전원의 개별 서면 동의가 있어야만 효력이 있다는 규정을 시행령에 두어야 한다. "추후 통보로 변경"과 같은 약관 조항이 약관규제법에 반하여 무효임도 함께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해약권 행사의 효력 보호 규정이 필요하다. 현행 판례는 수분양자의 해약 통지가 사업자의 사용승인·입주지정기간 통지보다 먼저 도달해야 해약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해약 사유가 발생한 후 수분양자가 해약권을 행사하면, 사후적 이행제공으로 해약의 효력이 소급하여 소멸되지 않는다는 점을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 해약 통지 하루 차이로 수천만 원의 결과가 달라지는 현재 구조는 수분양자에게 과도한 불확실성을 부담시킨다. 

셋째, 기존 수분양자에 대한 보호다. 이번 개정안은 공포 후 새로 분양신고를 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지금 이 순간 준공 지연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수분양자들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적어도 경과규정을 통해 보호 근거를 마련하거나, 민법·약관규제법·건축물분양법에 근거한 해약 주장이 가능함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 안내해야 한다. 

 

■ 좋은 법이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건축물분양법 시행령 개정안은 방향이 옳다. 문제는 법령이 현장에서 작동하는가이다. 입주예정일 일방 변경이라는 구조적 허점을 그대로 둔 채 "3개월 지연 해약권"만 명문화한다면, 분양사업자들은 준공예정일을 계속 연장하며 해약권 발생을 차단할 것이다. 이는 이미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목격해 온 관행이다. 

법원이 개별 판결로 수분양자를 보호하고 있다는 것은, 국회와 행정부가 해야 할 일을 사법부가 대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입주예정일 변경 금지, 해약권 효력 보호, 소급 적용 방안이라는 세 가지 보완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 누구든 국토교통부 누리집(www.molit.go.kr)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건축물 분양 관련 피해를 경험한 수분양자라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권한다.  

 

■ 필자 약력 

박휘영 변호사는 법무법인 휘명 대표변호사로,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생활형숙박시설 등 건축물 분양계약 관련 소송을 100건 이상 수행하였다. 집합건물 관리단 분쟁, 재건축·재개발, 증권 및 소비자 집단소송 등 다수의 사건을 처리해 왔으며, LIG건설 CP 사기 집단소송, 동양그룹 증권관련집단소송, 아이폰 성능 조절 집단소송 등을 대리한 바 있다. 

작성 2026.04.14 12:15 수정 2026.04.1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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