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여 문화살롱]강철에 깃든 시의 비상 — 뮤지엄 산, 마크 디 수베로의 ‘For Gerard Manley Hopkins’

움직이는 조각, 살아있는 공간 — 키네틱 아트로 다시 태어난 강철의 언어

시인의 ‘인스케이프’를 형상화하다 — 물질을 넘어선 정신의 조형

자연과 인간, 공간을 새롭게 쓰는 현대조각

뮤지엄 산(Museum SAN)의 드넓은 벌판에 우뚝 솟은 마크 디 수베로(Mark di Suvero)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For Gerard Manley Hopkins)>는 단순히 거대한 고철 덩어리가 아니라, 현대 조각의 패러다임을 바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다음과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진 이정우 기자

 

1. ‘조각’의 고정관념을 깬 키네틱 아트 (Kinetic Art)

전통적인 조각은 무겁고, 단단하며, 움직이지 않는 것이 정석이었습니다. 하지만 디 수베로는 육중한 철강 H빔을 사용하면서도 상단부가 바람에 의해 부드럽게 회전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거대한 산업 폐기물이나 건설 자재 같은 '강함'과 바람이라는 '유연함'이 만나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관객은 시시각각 변하는 작품의 각도를 보며 정지된 사물이 아닌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은 느낌을 받게 됩니다.

 

2. 시인 홉킨스에 대한 헌사:‘내적 형상(Inscape)’의 형상화

작품 제목에 등장하는 제라드 먼리 홉킨스는 영국의 시인입니다. 홉킨스는 모든 사물에는 그 사물만이 가진 고유한 역동적 질서와 본질인 ‘인스케이프(Inscape)’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디 수베로는 홉킨스의 시적 영감을 시각화했습니다. 직선적인 H빔들이 뻗어 나가는 모습은 홉킨스의 “황조롱이 새”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새가 날개를 펴고 비상하는 것을 형상화 하였는데, 마치 시적 에너지가 분출되는 순간을 포착한 듯하며, 이는 물질 너머의 정신적인 에너지를 표현하려는 시도입니다.

 

3. 공간의 재정의와 '중력'에 대한 저항

이 작품은 전시장 안이 아닌 자연 속에 놓여 있을 때 그 가치가 극대화됩니다.

 

거대한 수직, 수평, 대각선 라인들은 허공을 가로지르며 빈 공간을 조각의 일부로 끌어들입니다. 또한, 수 톤에 달하는 철강이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비례감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중력’이라는 물리적 한계에 예술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요약하자면 이 작품은 “차가운 산업 재료에 따뜻한 시적 영혼과 움직임을 불어넣은 것”에 그 위대함이 있습니다. 보는 위치와 바람의 세기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만들어내는 공간 속에 함께 머무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복살(선언) LA 베니스 비치에 위치 / wikipedia / 원본 URL: http://hdl.loc.gov/loc.pnp/highsm.21922

 

마크 디 수베로는 H빔과 강철 구조물을 활용해 중력과 균형, 공간의 긴장을 드러내는 대형 추상조각으로 현대조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산업 재료를 시적 조형 언어로 전환하여 에너지, 운동감, 상승의 이미지를 구현하며, 작품은 도시 공간 속에서 환경과 관람자의 경험에 따라 살아 움직이는 공간적 존재로 기능한다. 그의 조형은 산업문명과 인간 정신, 공간과 예술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특징이다.

 

동영상 URL : https://youtube.com/shorts/-aiiYRwQMqo?si=lbvUC7h_q0wd_FM0

작성 2026.02.26 07:23 수정 2026.02.2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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