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택호 교수] "우리 기술, 우리 무기...국방기술 자립이 바꾸는 안보전략"

"이제는 무기를 만드는 나라, 대한민국"

 

방산 수출 8위가 된 한국, 기술 자립이 안보를 바꾼다. 한때 대한민국의 안보는 수입 무기에 의해 유지되었다. 방공 체계, 정밀유도무기, 스텔스 전투기, 통신 장비까지, 필요한 거의 모든 무기를 해외에서 들여왔다. 

 

"강한 국방"은 곧 "수입한 무기의 수준"과 동일시되었고, 기술은 외국의 것이었다. 우리는 주로 구매자였고, 결정권은 공급자의 손에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분명히 끝나가고 있다.

[사진 출처: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모습, 챗gpt 생성]

2024년 말, 대한민국은 세계 8위의 방산 수출국이 되었다. 연간 방산 수출액은 약 190억 달러, 한화로 25조 원에 육박한다. 폴란드, 노르웨이, 인도, 말레이시아, 이집트 등 다양한 국가에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 천궁 미사일 체계를 수출하며 ‘K-방산’이라는 이름은 이제 명실상부한 브랜드가 되었다.

 

이제 한국은 단순한 수입국이 아니다. 무기를 설계하고, 생산하고,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기술의 흐름이 바뀌었고, 안보의 정의도 함께 바뀌고 있다.

 

하지만 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곧바로 나라가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무기를 개발하더라도, 그것을 언제, 왜, 누구를 위해 쓰는지에 대한 전략적 사고가 없다면, 국방기술은 단지 값비싼 금속덩어리에 불과하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안보가 완성된다.

 

오랫동안 한국은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기반으로 국방체계를 운용해왔다. 전자전, 정찰, 지휘통제 체계 같은 핵심 영역에서는 외산 장비 없이는 독자적인 작전 수행이 어려운 현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 의존의 균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초음속 유도탄, 스텔스 무인기, AI 기반 지휘 통제 시스템, 그리고 KF-21 보라매 전투기 같은 미래형 무기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5년부터는 방위산업 예산에서 기술 연구개발(R&D)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국방 정책이 단순한 국산화를 넘어 전략 무기 플랫폼의 주도권 확보라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무기를 수입한다는 것은 단지 장비를 사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운용 방식, 유지보수, 심지어는 실전 사용 허가까지 외국의 통제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기술을 보유한 국가는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다. 진정한 자주국방은 총이나 전차가 아니라 ‘기술적 결정권’을 가졌을 때 가능해진다.

 

기술 자립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국민의 안보 의식’이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인식 수준이 따라주지 않으면 그 기술은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한국 사회에는 여전히 “안보는 군인의 일”이라는 인식이 존재한다. 전쟁이나 안보 위기는 국가가 알아서 막아줄 것이라는 태도 말이다. 그러나 21세기의 전쟁은 더 이상 전통적인 총성과 포성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사이버 공격, 위성 감시, 여론 조작, 정보전, 심리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전쟁이 현실이 되었고, 그 안보의 최전선에는 시민 모두가 함께 서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러시아가 미사일과 전차를 앞세운 반면, 우크라이나는 드론, 위성통신, SNS를 활용한 정보전으로 대응했다. 스타링크 같은 민간 기술 기업이 군사 전략의 핵심 파트너가 되었고, 디지털 시민들의 정보 공유는 국민 저항의 촉매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역시 사이버 공격, 드론 침투, 위성 정찰, 가짜뉴스를 통한 사회 분열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에 하루가 멀다 하고 노출되고 있다. 더 이상 군인만으로는 국가를 지킬 수 없는 시대다. 민간 기술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데이터 분석가, 그리고 국민 모두가 국방 생태계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

[사진 출처: 사이버 하이브리드전쟁을 보여주는 이미지, 챗gpt 생성]

이제는 총을 드는 병사뿐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민이 국가를 지킨다. 디지털 민방위 체계, 사이버 보안 훈련, 가짜뉴스를 선별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까지, 모두가 안보의 중요한 기둥이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 기술 자립은 정부나 군이 혼자 할 수 없다. 방산기업, 스타트업, 대학 연구소, 정책, 예산,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의 공감과 참여가 함께할 때 비로소 작동하는 구조다. 아무리 좋은 무기를 만들어도, 사회가 그것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지하지 않는다면, 자립은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가 묻고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왜 국산 무기가 필요한가?
왜 AI 기반 안보 시스템에 투자해야 하는가?
왜 군의 사이버 보안 역량을 키워야 하는가?

 

이 질문에 국민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동참할 수 있을 때, 기술 자립은 단지 수출 실적이 아닌 실질적인 국가 안보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 역량과 교육 수준, 시민 의식을 동시에 갖춘 나라다. 우리는 이미 수입국이 아닌 수출국이 되었고, 이제는 기술을 설계하고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그러나 기술만으로 안보는 완성되지 않는다.

 

기술이 ‘칼’이라면, 안보 의식은 ‘그 칼을 올바르게 쥐고 집을 지키는 손’이다.

안보는 누군가 대신 지켜주는 것이 아니다.
기술과 전략, 정책과 참여, 군과 시민이 함께 지켜야 하는 공동의 책임이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이제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칼럼-이택호 기사 제공]


칼럼니스트
수원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사)한국경영문화연구원 원장
좋은세상바라기 전문교수

안전교육지도사
변화와 혁신 및 리더의 역량강화 전문가

“죽기전에 더 늦기전에 꼭 해야 할 42가지" 저자

 

 

 

 

 

 

 

작성 2025.08.31 23:12 수정 2025.08.3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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