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앞서가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인 것 같다." 요즘 중소기업 대표들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감정이다. 데이터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2026년 5월 'FOMO(Fear Of Missing Out·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언급량은 1만2,767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 부동산, 인공지능(AI) 등 5개 영역으로 번지며 이제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상시적 불안'으로 구조화됐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이 불안이 기업 경영의 현장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점이다. 새벽부터 일터를 돌리고, 거래처를 만나고, 직원 월급을 챙기며 하루하루 버티는 대표들에게 "AI 전환 안 하면 도태된다", "이 시장 지금 안 들어가면 늦는다"는 메시지는 방향이 아니라 압박으로 다가온다. 겨우 버티고 있는데,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박탈감마저 더해지는 셈이다.
하지만 트렌드를 읽는 것과 트렌드에 휩쓸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박탈감은 자연스러운 감정, 그러나 판단의 기준은 아니다.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박탈감은 인간의 본능이다. 더구나 SNS와 각종 미디어가 성공 사례만 골라 보여주는 시대에, '나만 뒤처진다'는 감각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FOMO가 사회 현상이 된 배경에도 이런 구조가 있다.
그러나 경영의 영역에서 박탈감을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삼으면 위험하다. 충무로에서 57년간 가격대가 1만원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백숙백반을 지켜온 사랑방칼국수 오금연 대표는 화려한 인테리어도 SNS 마케팅도 없이 '단골'이라는 이름의 힘으로 버텨왔다. 고객에 대한 초심이 변하지 않으면 고객도 잊지 않고 찾아온다는 그의 철학은, 유행을 좇지 않고도 살아남는 길이 있음을 보여준다.
30년 전통을 이어온 윤종희전통떡방의 행보도 같은 결을 보여준다. 이 떡방은 유행하는 디저트나 새로운 업종으로 무리하게 갈아타는 대신, 오랜 세월 쌓아온 떡 본연의 맛과 품질에 집중해왔다. 그 뚝심은 최근 부산 신세계 백화점 입점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K-푸드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흐름 속에서, 전통을 지켜온 작은 떡방이 오히려 글로벌 무대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트렌드는 '추종'이 아니라 '해석'의 대상이다. 주목할 점은, 윤종희전통떡방이 트렌드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해석'했다는 데 있다. K-푸드 열풍이라는 시대의 흐름을 좇아 정체성 없는 변신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전통의 가치를 그 흐름에 실어 보냈다. 2세대가 합류하며 전통과 현대의 감각을 잇는 작업도 같은 맥락이다. 여성들이 일터로 돌아오는 사회적 고용 가치까지 더해지면서, 한 떡방의 버티기는 지역과 세대를 잇는 의미로 확장됐다.
이것이 트렌드를 읽는 올바른 태도다. AI, 디지털 전환, 소비 심리의 변화는 분명히 읽어야 할 신호다. 다만 그 신호를 '나도 당장 따라 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받을 것이 아니라, '우리 사업에 무엇이 유효한가'를 가려내는 해석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FOMO 데이터가 보여주는 진짜 의미는 "지금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라"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불안해하고 있으니 그 불안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기준을 가진 기업이 결국 신뢰를 얻는다"는 데 있다. 시장이 조급할수록, 본질에 충실한 기업의 가치는 오히려 도드라진다.

완벽한 조건을 기다리지 말고, 버티는 힘으로 나아가라. 결국 중소기업 대표가 가져야 할 태도는 두 가지다. 첫째, 박탈감에 휘둘리지 않는 것. 남이 빠르다고 해서 내 길이 틀린 것은 아니다. 둘째, 그러면서도 시대의 흐름은 꾸준히 공부하는 것. 완벽한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조건 속에서도 자기 페이스로 시작하고 견디는 것이 SME의 진짜 경쟁력이다.
수십 년을 한 자리에서 버텨온 떡방이 백화점을 거쳐 더 넓은 시장을 바라보게 된 것처럼, 불안의 시대를 견디는 힘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묵묵히 매일을 버텨내는 그 힘이야말로, 어떤 트렌드보다 강력한 자산이다. 오늘도 현장을 지키는 대한민국의 모든 사장님들에게, 박탈감 대신 '버티는 힘'에 대한 자부심을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