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 감독의 장편 영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제3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초이스: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실사 배우의 연기와 생성형 AI 기술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 자연스럽게 결합한 작품으로, AI 시대 영화 제작 방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AI 기술을 화려한 시각 효과로만 활용하는 작품이 아니다. 영화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며, 인물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중요한 표현 수단으로 생성형 AI를 적극 활용했다. 현실적인 배우의 연기와 비현실적인 AI 이미지가 서로 충돌하고 이어지면서 독특한 긴장감과 몰입도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없는 낯선 면접 공간에 한 여성이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평범한 질문이 이어질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면접은 예상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은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공간을 이동하며 자신이 외면해왔던 기억과 감정, 선택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심해를 연상시키는 어두운 공간, 추락 직전의 비행기, 폐허처럼 변해버린 도시, 봉괴된 구조물, 차갑고 불안한 분위기의 병동, 지옥을 떠올리게 하는 초현실적인 장면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 같은 공간은 단순한 볼거리에 그치지 않는다. 각각의 장면은 주인공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반영하며, 영화의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작품은 인간이 살아가면서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선택과 책임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후회와 죄책감, 불안과 두려움, 기억의 흔들림을 초현실적인 영상 언어로 표현한다. 관객은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자신이 내렸던 선택과 그 결과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특히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는 AI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단순한 경쟁 구도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인간의 창작 능력과 AI 기술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AI는 작품의 중심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을 확장하는 영화적 도구로 활용된다.
기존의 일부 AI 영화가 여러 개의 짧은 영상을 연결하거나 독립적인 장면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면, 이번 작품은 하나의 일관된 장편 서사 안에서 AI 비주얼과 실사 연기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AI 장면이 별도의 영상처럼 분리되지 않고, 배우의 연기와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는 점이 특징이다.
실사 배우가 보여주는 섬세한 표정과 호흡은 작품의 중심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여기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비현실적인 공간과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는 점차 흐려진다. 관객은 익숙한 감정과 낯선 장면을 동시에 경험하며, 영화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된다.
영화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질문한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인간의 감정과 기억, 창작의 본질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기술은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인지 아니면 인간의 표현 영역을 넓혀주는 도구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냈다.
이용석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생성형 AI 기술을 영화 제작 과정에 창의적으로 접목했다. 제작 여건의 한계로 구현하기 어려웠던 장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시각화하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에는 인간의 감정과 선택을 놓았다. 기술적 실험에만 머물지 않고 서사적 완성도와 감정적 공감대를 함께 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초이스: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 초청은 AI 영화가 새로운 창작 영역으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영화 제작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이번 작품은 실사와 AI가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AI 기술이 영화의 표현 방식을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얼마나 섬세하게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용석 감독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가 영화제 관객들에게 어떤 질문과 여운을 남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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