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O 리그를 둘러싸고 주말 경기 시간 편성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통상적으로 KBO 리그 평일 경기는 18시 30분, 토요일과 공휴일은 17시, 일요일은 14시에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여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7~8월에는 일요일 경기마저 17시로 미뤄진다.
하지만 최근 5월 기온이 한여름 못지않게 치솟으며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14시 경기가 편성되는 일이 잦아졌다. 원인은 지상파 방송사의 중계권 행사다. 방송사의 정규 편성 시간에 맞춰 경기 시간이 앞당겨진 것이다. KBO와 구단 측에 최소 2주 전 통보된다고는 하지만, 현장의 팬들과 선수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햇빛과의 사투"…팬들이 외면하는 지상파 중계
지상파 중계가 잡힌 날, 야구장을 찾는 팬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관람석의 팬들은 손마다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양산으로 내리쬐는 햇볕을 막아서기 바쁘다. 특히 홈 응원석에 비해 그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원정석과 외야석 관람객들은 약 3시간 동안 직사광선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여기에 지상파 중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경기 후 수훈 선수 인터뷰 통편집'도 팬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정규 방송 편성 시간에 쫓겨 경기가 끝나자마자 중계를 종료하는 바람에 팬들은 인터뷰를 보기 위해 별도의 플랫폼을 찾아 헤매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팬의 편의와 볼 권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중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회복 시간 부족"…선수단을 위협하는 혹독한 일정
체력 저하와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는 것은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금요일 야간 경기는 보통 18시 30분에 시작해 밤 9시 반에서 10시 반 사이에 끝난다. 연장전이라도 치르면 밤 11시를 넘기기 일쑤다. 경기 후 정리와 인터뷰,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숙소 이동 시간을 고려하면 선수들이 제 몸을 눕히는 시간은 새벽을 훌쩍 넘긴다.
다음 날 경기가 17시라면 최소한의 휴식 시간이 보장되지만, 14시 경기라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선수들은 아침 일찍부터 구장으로 출근해 경기 전 개인 루틴과 훈련을 소화해야 한다. 사실상 피로를 회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현장의 목소리도 연일 거칠어지고 있다. LG 트윈스 염경엽 감독은 "팬들도 힘들고 선수와 구단 모두 14시 경기는 버겁다"며 "오히려 평일 경기를 19시로 늦추고 주말 경기는 모두 17시로 고정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한화 이글스 강백호 역시 "14시 경기가 잡히면 평소 하던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고, 이에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자율 훈련을 지시하는 등 고육지책을 쓰고 있다.
인기 구단에 집중된 편성…형평성 논란까지 대두
더 큰 문제는 14시 편성의 '형평성'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시청률을 의식해 이른바 '인기 구단'의 경기만 집중적으로 토요일 14시에 배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4~5월 두 달간의 토요일 14시 경기 편성 횟수를 살펴보면 편중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LG와 한화가 각각 4회로 가장 많았고, 두산이 3회, 삼성이 2회를 기록했다. 반면 NC 다이노스는 단 한 차례도 토요일 14시 경기를 치르지 않았으며, 나머지 팀들은 각각 1회에 그쳤다.
장기 레이스를 펼쳐야 하는 프로야구에서 특정 팀만 무더위 속에 체력 소모가 극심한 14시 경기를 더 많이 치르는 것은 명백한 불이익이다. 당장의 한 경기는 버텨낼지 몰라도, 시즌 후반기 순위 싸움에서 체력적 열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KBO는 "한 팀당 월 2회까지는 지상파의 요청에 응해야 하며, 추가로 월 1회 정도 더 편성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규정만을 내세우고 있다.
팬들의 즐거움도, 선수들의 경기력 보호도 뒷전으로 밀려난 토요일 14시 야구. 과연 이 중계는 누구를 매료시키기 위한 방송인지, KBO와 방송사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사진 = 대전한화생명볼파크











